-어느 교사의 뒤주 밖 탈출기-
이것은 내 고백록이다.
대학시절 내 별명은 '뒤주'였다. 삼수 끝에 진학한 대학에서 나는 남들보다 늦었다는 나만의 자책감인지(?) 아니면 배움이 고달팠든지(?) 시험기간이 아니어도 독서실을 끊고 하교 후 혼자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공부하는 모습을 본 내 친구들은 내가 공부하는 1인 독서실 책상 공간을 '뒤주'에 빗대어 나를 '뒤주'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뒤주'라는 별명에 그때 당시의 나는 사실 내색을 안 했지만 은근히 즐겁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남들과 달라지고 싶었다. 나는 대학 초기부터 큰 꿈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도 그 꿈을 소중히 여기며 힘든 신규 교사 생활을 하면서도 마음 한편에 그 꿈을 조심히 드러내지 않은 채 간직하고 있다. 뒤주는 그런 나에게 그 꿈을 실현시키는 희망적인 공간이었다. 국가에 비유하면 조상으로부터 받은 큰 유산도, 넓은 토지도 없는 그저 그런 인적자원만 가진 국가인 나에게 뒤주란 성실의 상징이었으며 성공을 약속하는 의미를 지닌 공간이었다.
뒤주에서 나는 정말 죽어라 공부했다. 세계의 고전이라고 불리는 책을 읽었으며, 현시대를 이해하기 위해 경제학, 회계학, 컴퓨터 공학, 경영학, 영어 등을 공부했다. 책과 전문 서적들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의 지적 능력에 자신감도 붙었다. 대화를 해보면 항상 상대방보다 내가 더 많이 알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으며 토론에서도 가볍게 남을 이겼다.
나는 내 꿈에 점점 한 걸음씩 다가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면 그럴 수록 점점 더 뒤주에 파묻혀 있는 시간이 길어졌으며, 나는 동시에 점점 더 고독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 거품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이제까지 지식을 암기해서 그것을 적절한 상황에서 꺼내 쓰기만 했지, 내 생각을 남들 앞에서는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나는 남들에게 똑똑하고 유식한 사람이지만 사실 똑똑한 건 내가 아니라 내가 말한 말들을 했던 철학자, 과학자, 인문학자, 사상가들이었다. 나는 위대한 사상가들의 후광 뒤에 서서 그들의 가면을 쓰고 남들에게 이제까지 그들의 생각을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유튜브에서 조던 피터슨 교수의 강의를 본 적이 있다. 거기서 조던 피터슨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대학생이 해야 할 일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자신의 사고와 생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이제야 이해할 수 있다. 내가 필요한 것은 위대한 사상가들의 후광 밑에서 내 지식을 뽐내는 것이 아니라 속된 말로 하면 허접(?)하지만 내 사고와 생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나는 티스토리를 통해 내 인생의 위대한 도약이 될 나만의 사고와 생각 만들기를 해보려고 한다. 티스토리야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