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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초짜의 교단 생존기

공개수업

 교사에게 공개수업은 무슨 의미일까? 교사 개개인마다 다양한 의미가 있겠지만 나에게 있어 공개수업은 '평가'다. 때문에 나는 공개 수업이 조금은 두렵다.

 내가 있는 지역의 교사는 1년에 2~4번 정도 공개수업을 한다. 그 외에는 수업에 대해 간섭하지 않는다. 이는 어떤 교사가 어떤 형태의 수업을 하던지 의미가 있다는 교육적 믿음과 담임이 자신의 반을 가장 잘 알고 있고 그에 맞게 수업을 하고 있다고 신뢰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사들은 다른 교사들이 평소에 어떤 수업을 하고 있는지 잘 알지 못한다.(아니면 사실 수업과 행정업무를 처리하느라 너무 바빠서 일수도?)

 나의 경우에도 동학년 선생님들의 수업을 공개 수업을 통해 봤을 뿐 평소에 그 선생님이 어떻게 수업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단지 수업을 어떻게 한다는 교사의 말과 그 반 학생들의 후기를 듣고 수업에 대해 추론할 뿐이다.

 

 그래서 나와 같은 초임 교사에게 몇 번 되지않는 공개수업은 중요하다. 왜냐하면 이 공개수업을 통해 나의 수업 능력에 대한 평가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교사는 능력은 수업을 잘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때문에 공개수업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다음 공개수업까지 그 사람은 수업 능력에 있어 평가가 고착된다. 그래서 신규교사의 공개수업은 내용과 방법 측면에서 보수적이기 쉽다.

공개 수업 단계별 상태

 1. 공개수업 전

 

 공개수업 일이 다가오면 일단 머리가 지끈거린다. 어떻게 하면 공개 수업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까? 애초에 의욕적으로 다짐했던 공개 수업을 통해 내 수업 실력을 한 번 돌아보자!라는 생각은 없어진다. 시간이 다가올수록 오직 공개수업을 무사히 마쳐서 사람들에게 내 수업 능력에 대해 무시받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지배한다. 수업 내용을 짠다. 생각이 나지 않는다. 지도서에 있는 내용이 제일 BEST인 것 같다. 선배 교사들에게 조언을 구한다. 조언을 구하는 것은 항상 옳다.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그러나 이제는 구현능력의 문제이다. 아이디어는 엄청난데 구현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나지 않는다. 그렇다고 교사 커뮤니티 사이트에 있는 남의 아이디어를 따라 할 수는 없다. 그건 교사가 꼭 가지고 있어야할 자존심이다.

 

 한 번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너무 새로우면 안된다. 그러면 실제 공개수업에서 교사도 당황하고 학생도 당황한다. 나는 예전에 한번도 얘들과 한번도 안해본 태블릿 PC를 사용하다가 눈물이 난적이 있다. 학생들에게 처음으로 태블릿 PC를 제공하다 보니 그것을 받은 호기심 많은 학생들은 수업에 활용은 안하고 인터넷을 하면서 놀았다. 심지어 어떤 학생은 교감 선생님 앞에서 온라인 게임을 하였다.

 대충 윤곽은 구현된다. 세부 사항만 채워 넣으면 될 것 같다. 두려움이 없어지면 설레기 시작한다. 세부 사항이 채워져간다. 점점 희망이 보인다. 이대로만 하면 성공일 것 같다. 결제를 받는다. 한 번에 통과다. 이제 수업만 하면된다. 계획대로만 된다면.......... 벌써부터 설레기 시작한다.

  

2. 당일 공개수업 전

 마이쮸는 학생들에게 최고의 협상 카드이다. 일단 공개수업은 대부분 마지막 교시에 편성되어 있다. 그렇다면 그 전에는? 바로 학생들과 지속적인 협상 과정이다. 이때 교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정치인으로 빙의된다. 협상은 크게 두가지로 이루어진다. 하나는 학생들을 공개수업 모드(?)로 전환하기 위해 강하게 분위기를 잡는 것이다. 이 유형의 선생님은 학생들을 공개수업 당일 혹은 며칠 전부터 꽉 조여맨다. 정적, 부적 처벌이 사용된다. 다른 하나는 유하게 정적, 부적 강화를 사용하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공개 수업이 잘 끝난다면 체육 시간을 보장한다.(체육 시간은 또 다른 좋은 협상카드이다.) 아니면 숙제를 제외해준다.

 

3. 공개수업

 공개수업이 시작된다. 카메라가 돌아간다. 얘들아 동기부여 들어간다!~ 잘 좀 받아주라! 학생들의 눈이 초롱초롱해진다. 성공이다. 고학년 학생이다보니 공개수업 모드로 원활히 전환된다. 갑자기 발표를 안하는 친구들도 시키기만 하면 척척 발표하기 시작한다. 수업을 하면서 마음속으로는 감동의 눈물을 이미 흘리고 있다. 이렇게 나를 생각해주는 학생들이라니! 좋아 그러면 다음 단계로 이제 활발한 모둠 토의 활동을 해보자!

 분위기가 반전된다. 모둠토의에서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서로 정답만 찾을 뿐이다. 신규 선생님과 학생들의 공개수업에 대한 생각의 차이에서 비롯된 사고(?)이다.

 선생님들은 공개수업에서 정답과는 상관없이 학생들이 활발히 토의하길 원한다. 그러나 학생들은? 학생들에게 공개수업은 잘 해야 함을 의미한다. 학생들에게 잘 한다는 것은? 문제를 잘 맞추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나 틀릴까봐 말하기를 꺼려한다. 이것을 신규인 나는 예측하지 못했다. 그리고 말 없는 토의 수업으로 수업이 마무리된다.

 

4. 공개수업 후

 공개수업 후 협의가 시작된다. 선배교사들의 날카로운 지적이 시작된다. 물론 날카로운 지적 전에는 항상 꽃길을 놓아 주신다. 꽃길이란 칭찬 세례를 의미한다.

 이후의 과정은 자기 변론을 떠올려 보라고 설명하는게 쉽겠다. 수업 설계에 대한 질문을 받는다. "수업을 ~때문에 이렇게 설계했습니다"라고 변론한다. 동기부여, 활동에 대해 질문을 받는다. 질문에 대해 변론한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성장이 일어난다.(고 한다?) 협의가 끝날즈음 나는 두 가지 감정이 든다. 하나는 선배 교사들의 능력에 대한 존경심이다. 선배 교사들은 항상 보지 못한 것을 잘 찾아낸다. 또한 수업을 설계하면서 한계라고 예상했던 부분들을 정확히 짚어낸다. 그리고 이렇게 수업을 하면 어땠을까?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 주신다.(그럴거면 아이디어 제공해 주실 때부터 잘 좀 주시지ㅠㅠ) 다른 하나는 내 수업 능력에 대한 반성이자 좋은 수업에 대한 도전욕구이다. 나도 선배님들처럼 수업을 보는 높은 눈을 가지고 싶다. 나도 선배님들처럼 수업에 대해 잘 알고 싶다. 나도 이제 부터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서 수업을 해 봐야겠다. 이제부터 지도서에 나온 내용을 절때 그대로 따라하지 않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한다.

 

5. 다음 날

 수업이 시작된다! 오늘 배울 내용에 맞는 지도서를 편다. 지도서는 최고의 수업 도구이다.

 얘들아 수업시작하자!

 뒤주쌤 오늘도 화이팅!